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배트보다 두려움부터 들게 만드는 투수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 그 상징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랜디 존슨(Randy Johnson)이예요.
타석에 서 있는 순간부터 타자의 신경을 걸어 잠그는 존재감, 208cm의 실루엣, 그리고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
수많은 전설들이 야구를 만들었다면, 랜디 존슨은 야구의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상징한 투수였습니다.

별난 체격에서 시작된 가장 특별한 경력
존슨은 어린 시절부터 흔하지 않은 신체 조건을 가졌죠. 또래보다 지나치게 큰 키 때문에 스스로를 불편해하기도 했지만, 공을 던지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중심에 섰습니다.
고등학교 마지막 경기에서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며 전국 스카우트의 시선을 끌었고, 대학에서는 투수로 뛰는 한편 사진을 전공해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던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재능이 특별한 커리어라는 느낌은 아니였죠!
초반의 존슨은 완력이 앞서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였습니다. 볼넷이 지나치게 많았고, 경기 운영과 투구 메커니즘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92년 놀란 라이언과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착지 포인트를 바꾸는 작은 변화가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안정시킨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후 경기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야구 역사상 거의 전례가 없는 전성기가 열리게 된겁니다.
애리조나에서 완성된 커리어 절정
랜디 존슨의 수많은 팀 경력 중 가장 강렬했던 시기는 단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입니다.
- 사이영상 4년 연속 (1999~2002)
- 퍼펙트 게임
- 월드시리즈 MVP
- 팀 창단 최단 우승
그리고 한국 팬에게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이름 — 김병현(BK).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이 연속 블론세이브를 겪었을 때 팬들의 압박이 거셌지만, 애리조나 선수단 내부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이 먼저 감쌌고, 랜디 존슨은 "우린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BK를 끌어안아 준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의 순간, 7차전에서 존슨은 선발도 구원도 아닌 우승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또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우승을 마무리했습니다. 스탯도 대단하지만, 중요한 순간 팀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리더십이 존슨을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기록으로 다시 보는 랜디 존슨
| 구분 | 기록 |
| 통산 승 | 303승 |
| 탈삼진 | 4,875K (MLB 역대 2위·좌완 1위) |
| 사이영 | 5회 |
| 퍼펙트 게임 | 1회 |
| 노히터 | 2회 |
| 올스타 | 10회 |
| 커리어 | 22년 (1988~2009) |
그는 좌완 최강이라는 표현을 넘어, 야구라는 종목의 난이도를 다시 정의한 투수였습니다.

은퇴 후는 사진가로서의 인생
많은 팬이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은퇴 후 행보였습니다. 존슨은 가장 열정을 쏟은 분야로 사진을 선택했어요. 대학 시절부터 카메라를 손에 놓지 않던 그는 은퇴 후 본격적으로 사진가로 활동했고, 메이저리그 경기뿐 아니라 아프리카 야생 사진 작품 전시까지 진행했습니다.
야구가 나에게 길을 줬고, 사진은 나에게 시간을 준다. 말과 행동으로, 선수로서의 전설과 인간적인 내면이 모두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2026년, 시애틀에서 51번 영구 결번식
최근 공식 발표에 따르면, 시애틀 매리너스는 2026년 5월 2일 랜디 존슨의 등번호 5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는 기념식을 개최합니다.
이 결번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치로가 2025년에 먼저 같은 51번이 결번되어, 같은 팀에서 같은 번호가 두 명에게 영구 결번되는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마리너스 팬들은 이미 51번을 이치로의 번호로 기억하지만, 이제는 이 번호가 이치로 + 랜디 존슨 두 레전드의 상징이 된 숫자 51이 두선수를 기억할겁니다.
또한, 시애틀이 존슨의 결번식을 확정했다는 것은, 그가 팀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다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 발표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이치로와 존슨,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팀을 구한 51번"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빅 유닛 랜디 존슨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랜디 존슨은 투수가 아니라, 야구가 낳은 드라마였다.
그리고 2026년, 그의 51번은 또 한 번 역사가 된다.